일본 증시 부활 이끈 ‘밸류업’…기업 체질 개선에 초점 |
---|
753 2024-08-01 |
하반기 밸류업 수혜주들의 2차 랠리가 시작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은 밸류업 정책에 힘입어 니케이 지수가 거품 붕괴 후 34년만에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의 지속성장과 중장기 기업가치 향상을 10년 넘게 추진해온 결과다
[마켓 리더의 시각] ![]() 현재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시점에서 강조돼야 하는 것은 한국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일본 사례의 본질과 성공 요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검토다. 국내에서 제기되는 주장 중에는 일본 사례에 대한 단편적 이해에 근거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가 부양 아닌 기업 가치 제고가 핵심 일본 밸류업은 2012년 12월 아베 내각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기원으로 장기간에 걸쳐 추진된 종합적인 정책의 결과물이다. 일본은 경기 침체와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에 힘을 쏟았다. 아베노믹스의 성장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 2013년 6월 각의에서 결정된 ‘일본 재흥전략’이었다. 재흥전략은 일본 경제가 성장 동력을 되찾아 부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속 성장과 중장기 기업 가치 향상’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지속 성장과 중장기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해서는 기업 경쟁력 강화, 투자 확대, 자본 효율화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한 실행 전략으로 기업지배구조 코드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일본이 도입한 기업지배구조 코드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공정성 향상을 통해 경영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촉진하고,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기업가 정신을 제고하는 것이 목표였다.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아베노믹스의 최고 어젠다였다.
최근 국내에서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대해 재계의 반발이 있는 것처럼 일본도 초기에는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해관계자의 공감을 얻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이를 개선해 나갔다. 스튜어드십·기업지배구조 코드 ‘두 바퀴’ 이와 함께 실질적인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기관투자가가 수탁자 책임을 다하도록 해 상장 기업에 대한 압박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기업과 기관투자가 간 건설적인 대화를 중시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 2023년 3월 31일 도쿄증권거래소는 일본 상장 기업들에 ‘자본 비용과 주가를 인식한 경영 실현 대응’을 권고한 바 있다. 국내 일각에서는 이를 일본 밸류업 정책의 전부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일본 금융당국이 장기간 추진해 온 기업의 지속 성장과 중장기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큰 정책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 또한 구체적인 실행 프로세스로 현상 분석과 평가를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알기 쉽게 공개하며, 공개 내용과 이행을 기반으로 투자자와 적극적으로 대화할 것을 권고한다. 일본에서 지속 성장과 중장기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은 장기간에 걸쳐 추진됐고, 그 결과 기업의 체질 변화를 포함해 다방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했다. 기업지배구조 코드 정착을 위해 노력한 결과, 이사회 내에 지명위원회, 보수위원회 등 기능별로 독립적인 위원회를 설치한 비중이 크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운용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자본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정책보유주식(일본에서 기업 간에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호 보유하는 주식)에 대해 보유 목적의 적절성과 경제성에 대한 검증을 실시하고, 적합하지 않을 경우 회사의 입장과 감축 계획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일본 상장 기업의 정책보유주식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비영업자산이 수익 자산화되거나 주주 환원이 확대되며 자본 효율성이 향상됐다. 또한 회사의 자본이 경영진이나 이사회 보호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의 인수 방어 정책에 따른 자본의 비효율성이 점차 해소되며 자본의 효율성이 향상됐다. ![]()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2024년 초 금융위원회가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내놓은 정책으로 상장 기업의 기업 가치 제고에 대한 노력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도 일본 사례와 마찬가지로 상장 기업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 공시, 이행하고 주주 및 투자자와 소통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 밸류업 정책은 세부 내용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일본 사례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 현실에 맞게 기업의 지속 성장과 중장기 기업 가치 향상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해서는 매출과 이익의 지속 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며, 이는 중장기 전략일 수밖에 없다. 신뢰할 만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은 경영진 주도하에 현황 진단을 기반으로 수립된 중장기 전략이어야 한다. 또한 이행 평가가 전제되고 이행 평가를 반영한 계획 수정도 이어져야 한다.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의 내용과 계획의 신뢰성을 잘 분석한다면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던스 발표 이후 준비 기간이 짧아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이 매우 적다. 하지만 향후 준비 기간을 거쳐 2~3분기 실적 발표 시점을 전후로 대기업 중심의 관련 공시가 확대되고 중견기업으로도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공시 확대는 상장 기업에는 체질 강화의 계기가 되고, 펀더멘털에 기반한 중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가치투자자에게는 기업 가치 선별 판단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하반기 이후 한국 주식 시장의 질적 변화를 기대한다. 이종승 IR큐더스 대표
출처 https://magazine.hankyung.com/money/article/202407104563c
|
이전글 매파 BOJ에 ‘엔화 강세’…환율, 13거래일 만에 1370원대 안착[외환마감] |
다음글 고개 드는 美경기침체 우려…환율 1370선 회복 전망[외환브리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