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실적 실망감에도 뉴욕 증시가 새로운 기록을 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재개 기대와 미국의 인공지능 투자 확산에 따른 경제성장률 반등이 시장을 밀어올렸다.
현지시간 2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46포인트, 0.32% 상승한 6,501.86으로 사상 처음 6,500선을 돌파했다. 장중 최고기록은 6,508.23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약 115포인트, 0.53% 뛴 2만 1,705.15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71.67포인트, 0.16% 오른 4만 5,636.9로 지난 주 기록한 최고치에 근접했다.
● 젠슨 황 “중국 수출 논의 중”..롤러코스터 탄 엔비디아 주가
엔비디아는 주요 반도체의 중국 수출 기대 등이 더해지며 전날 실적 공개 직후 나타난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전날 시간외에서 한때 3% 넘게 하락하던 엔비디아는 정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0.79% 하락에 그친 180.17달러를 기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기존 H20 칩을 넘어 최신 AI 칩인 ‘블랙웰’의 중국 수출까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시장의 기대를 되살렸다.
젠슨 황은 전날 컨퍼런스 콜에서 “인공지능(AI)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면서 추론AI의 확산과 함께 혁신적인 물리 AI, 인프라 투자 등의 기회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5년간 AI 인프라 시장이 3조 달러에서 4조 달러의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차기 제품 로드맵을 연간 주기로 공개하고, 블랙웰 플랫폼의 후속인 루빈을 포함해 6종의 반도체를 TSMC에 이미 생산을 맡겼다고 공개했다.
이러한 엔비디아의 움직임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를 밀어올리며 S&P500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이끌었다.

● 미국 2분기 성장폭 커졌다..’AI 투자’ 효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주도한 AI 투자로 인한 미국의 성장률 회복도 시장 상승의 발판이 됐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오전 2분기 실질 GDP 성장률 수정치가 3.3%(전분기대비, 연율 환산)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속보치 3.0%와 시장 예상치 3.1%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표면적으로는 관세 부과를 앞두고 급증했던 수입이 2분기에 급감한 데 따른 통계적 효과에 더해 기업들의 견조한 투자가 두드러졌다. AI 관련 소프트웨어와 R&D를 포함한 지적재산 투자가 12.8%나 급증했고, 소형 트럭 등 장비 투자는 7.4% 늘어 예상을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 독립성을 둘러싼 우려가 이어졌다. 리사 쿡 연준 이사가 자신의 모기지 대출 조작 의혹으로 해임 명령을 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서 사태는 예측하기 어려운 흐름으로 치닫고 있다.
미 연준 내부의 대립 구조도 심화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이날 마이애미 경제 클럽이 주최한 행사 모두 발언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이 연 2%에 근접하고, 시장 기반의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기대치는 확고히 고정되어 있는 상태"라며 "노동 시장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적절한 위험 관리를 위해 당장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러 이사는 지난 7월에도 고용 약화 가능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선제적으로 내릴 수 있다고 언급해왔다.
시장 참가자들은 하루 뒤에 공개되는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내달 초 고용보고서를 기다리며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CME그룹이 선물 시장을 바탕으로 집계한 다음 달 0.25%포인트 금리 인하 확률은 현재 86.2%, 동결 확률은 13.8%다. 전 세계 자산 가격의 표준이 되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 3.3bp(1b=0.01%p) 하락한 4.205%를 기록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기업들 가운데 엔비디아의 실적 둔화 여파로 인해 델 테크놀로지가 시간외 6% 가까이 급락했고, 의류 유통업체인 갭은 관세 영향 등으로 인해 부진한 성적을 공개했다.
델은 2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은 시장 기대를 소폭 웃돌았지만, 3분기 주당순이익 가이던스가 2.45달러로 예상치인 2.55달러를 대폭 밑돌았다. AI 서버를 포함한 네트워킹 매출은 69% 늘었지만 PC 관련 매출은 1% 증가에 그치는 등 나머지 사업부문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의류업체 갭은 주당순이익은 선방했지만, 주력 브랜드인 애슬레타의 매출이 11%나 급감하는 등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로 시간외에서 6% 가량 하락했다. 전자제품 전문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도 연간 동일매장 가이던스를 보합수준으로 제시해 역성장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반면 미 도심 외곽 지역을 기반으로 저소득 구매층을 겨냥한 달러제너럴은 연간 전망치를 기존보다 대폭 상향 조정해 0.46%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